지난달 26일 경기기자협회와 이상일 시장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책상은 평소 이 시장이 사용하던 것이다.(사진=심석진 기자)
[동국일보] 특례시장 집무실 모습은 어떨까?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집무실을 보고 놀랐다. 낡은 책상 위에 자리한 모니터와 오래 사용한 듯한 회의용 테이블. 그리고 벽면 한쪽 책장에 가득 꽂혀 있는 책들. 그리고 미쳐 자리 잡지 못한 책은 구석에 쌓여있다.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부방 같은 느낌이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달 26일 인터뷰를 앞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건넨 말이다. 잠시 후 기자들과 자리한 후 “제가 국민대 강의한 내용 보도자료를 쓰고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직접 보도자료를 쓰시느냐는 질문에 “내가 강의한 내용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내용이니까 내가 쓰는 게 맞다”며 “30~40분만 정리하면 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인터뷰에서 이 시장의 목소리가 정상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취임식 대신 민원 현장을 다녔고, 계속되는 회의와 전화 통화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그런지 목이 계속 잠긴다”는 그의 말에서 시장 역할의 중압감이 보인다.

후보 시절 용인을 위한 공약 콘셉을 ‘르네상스’로 정했는데, “참모진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 부흥·도약·발전 등 좋은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 모든 것을 함축해 하나의 단어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시민과 세계인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단어로 ‘르네상스’를 선택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르네상스의 가장 큰 의미는 “문화, 예술, 과학, 철학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배움을 통해 영감을 얻고 융합되어 창조되는 것이다”며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는 말이 있다. 15~16세기에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 예를 들면 예술가, 과학자, 상인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금전적, 정치적으로 후원했고, 그 결과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런 정신을 벤치마킹해 용인시가 메디치 가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용인에서는 ‘노래하는 시장’, ‘그림 읽어주는 시장’, ‘책 읽는 시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중앙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한 내 이력을 보면 동떨어진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가곡과 오페라. 그리고 미술과 책 읽기는 내게는 빼놓을 수 없는 취미이자 삶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100곡 정도의 가곡을 지금도 부를 수 있고, 오페라 아리아는 이태리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자신이 있다. 지난 10월 1일 시민의 날 무대에서 시민을 위해 아리아를 불렀을 때 환호해 주셨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말하곤 “제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몸치다”라며 피식 웃는다.

평소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시장은 인문학을 비롯한 에세이,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독과 정독을 한다. 특히 그림 읽어주는 시장으로 시민께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미술에 관련된 책을 70~80여 권을 읽은 후 메모하고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시민에게 ‘왜 이 그림이 이렇게 그려졌는지’ 그림에 내포된 의미를 쉽게 설명하곤 했다. 기자는 한두 차례 이 시장 미술 강의를 참관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예술가의 창의성은 실로 놀랍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메모가 빼곡한 두꺼운 대학노트 10여 권과 틈틈이 메모한 작은 수첩을 내보이며 “책을 읽고 감명 깊은 문장, 단어를 정리하고 시민을 만나 대화하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도 펼쳐 본다”며 “책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시민께 지혜와 도움을 구해 용인 르네상스를 완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소 독서광인 이상일 시장이 장영희 교수의 '선물'과 '축복'을 내보이며, 감명받은 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심석진 기자)

특히 영향을 받은 책이 있다면 “모든 책에서 영향을 받는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 ‘눈물 한 방울’이다. 장영희 교수의 '선물'과 ‘축복’은 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이다. 그때그때 새로운 의미를 던지는 책이라 늘 곁에 두고 있다”며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을 가져와 펼쳐 보인다.

그는 ‘메모광’이다.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생각난 것 등 뭣이든 작은 수첩에 옮겨적어 놓는다. 취임 후 36개 읍·면·동을 방문해 700여 명의 시민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도 모두 그의 작은 수첩 속에 빼곡히 적혀있다.

정책과 비전에 대한 주제를 꺼내자 그의 부드러운 표정과 몸짓이 사라졌다.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이 지연되는 이유’가 여주시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냐고 묻자 “여주시와의 갈등은 없다. 얼마 전 여주시장을 만나 충분히 의견교환을 했다. 여주시장님도 반도체 산업을 저해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을 주셨다. SK하이닉스가 정부에 제안한 사안이 원만하게 타협될 수 있도록 용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현재 상황은 2026년까지 용지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제조공장은 2027년 상반기에 가동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는 예상을 밝혔다.

이상일 시장이 “취임 후 처음 결재한 것이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추진전략’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용인시 발전을 위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사진=심석진 기자)

“취임 후 처음 결재한 것이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추진전략’이었다. 용인시가 미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의 전략을 중앙정부에 충분히 설명하고 지원을 끌어낼 것이다”며 “기흥의 삼성전자 → 처인의 SK하이닉스 → 용인 플랫폼시티를 잇는 세계적인 ‘L’자형 반도체 벨트를 완성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그는 반도체 핵심 거점을 잇는 교통망을 강조했다. “반도체 벨트를 가로지르는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물류와 인력 이동을 쉽게 하는 국지도 57호선(마평~고당)을 확장하고, 경강선 연장을 추진하겠다”며 “반도체·AI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관내 대학과 연계해 관련 학과 개설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초 지자체 최초로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용인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평소와 다른 말투와 에너지를 발산한다.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시장에게 국회의원과 시장 역할의 차이점을 물었다.

“시민께 봉사하는 역할은 같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는 의원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56%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주신 것은 ‘너를 믿어 볼 테니 맘껏 일하고, 용인을 발전시켜 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재선·3선 시장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가 없다면 미래도 없듯 현재 시장의 위치에서 시민께 성과로 보여드리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하는 이 시장은 낭만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로 비친다.

지난 민선 7기에서도 화두가 됐던 ‘SRT 용인역 정차’문제가 시민들의 큰 관심사였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2021년에 사전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를 지난 9월 중간보고회를 개최해 시민께 알렸다. GTX(광역급행열차) 용인역에 SRT(고속열차)를 정차시키는 문제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사안이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고, 오는 12월 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모든 민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권한 밖의 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안 되는 일은 없다. 단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것은 시민께 이해를 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용인의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전문성과 특히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각 부처에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분들이 계시다. 그분들에게 시의 입장과 의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답을 듣고 있다”며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잠시 무거운 이야기를 뒤로하고 용인시 문화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를 옮겼다. “문화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시의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를 크게 3곳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장르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문화 행정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트롯을 비롯한 대중문화 공연, 오페라 아리아를 즐길 수 있는 공연, 청년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용인의 문화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인특례시’라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높이뛰기 스타 ‘우상혁 선수를 용인 소속으로 영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우상혁 선수를 영입하면서 겪은 숨은 사연이 있다. “우상혁 선수 고향이 대전이다. 대전과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인천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했다. 우상혁 선수가 용인을 선택한 결정적 한방은 ‘돈이 아니라 정성’이라고 말했듯, 한 명의 스타가 용인을 빛나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 속뜻은 우상혁처럼 용인시가 높이 날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상일 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루할 틈이 없다.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크지 않은 목소리로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그의 박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율리어스 시저 카이샤르 편 中 ‘군중 안에 들어가면 이성 마비가 일어난다’는 문구를 인용해 “용인에는 110만의 현명한 시민이 함께 사는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민의 지혜를 모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4년간의 시정철학을 밝혔다.

그의 쉬어 있는 목소리에서 긴 시간 인터뷰조차 시민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을 뺏는 듯 보여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11월 5일)을 하루 남기고 그를 다시 만난 곳은 시민들께 ‘스토리가 있는 그림의 세계’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였다. 열정적인 강의 중간 이 시장의 목소리가 계속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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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창의적인 행정... “시민과 인문학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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