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일보]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연출 김다예, 극본 김영윤, 제작 MI·SLL)에 재결합 해피 엔딩은 없었다. 하지만 대단하지 않은 하루를 특별하게 따로 또 같이 곁에 있어주는 게 진짜 가족이란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더할 나위 없는 해피 가족 멜로 엔딩이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아빠와 엄마, 딸과 아들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각자의 인생에 집중하는 가족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변무진(지진희)과 금애연(김지수)은 재결합에 대해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왕년에 잘나가는 야구선수였던 무진은 어린이 야구교실을 이어받았다. 홈쇼핑 모델 일을 많아진 애연은 기동성을 갖추려 도로 연수를 받고, ‘내돈내산’으로 중고차를 구매해 ‘멋진 인간’ 금애연으로 거듭났다.
대리로 승진한 변미래(손나은)는 여전히 K-직장인의 ‘갓생’을 살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퇴근 후의 ‘혼맥’이 얼마나 시원하게 행복한지, 쫓기듯 빼곡하게 ‘파워 J’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남자친구 남태평(최민호)과 오래도록 위시 리스트를 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사업 금쪽이’ 변현재(윤산하)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가족들의 지지를 얻어내며, 꿈을 향해 나아갔다.
가족빌라 302호와 102호, 그리고 자취방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이들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각자 먹고 싶은 걸 가져오는 ‘포트럭’으로 밥을 함께 먹었다.
지지고 볶으며 같이 살지 않아도 가족이고, 때론 외롭고 휑한 느낌도 좋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은 그렇게 ‘따로 또 같이’ 행복한 인생을 영위했다.
태평 또한 복잡한 가정사로 갈등을 빚던 아버지 남치열(정웅인)과 진정한 화해를 나눴다. 태평은 책임감 때문에 이복 동생을 떠맡았던 치열이 자신을 진짜 아들로 사랑하고 아끼는 깊은 마음을 헤아렸다.
아들이 경영을 맡아 안정적으로 살길 바랐던 치열 또한 태권도 사범이라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태평의 뜻을 존중했다. 이로써 모두가 가족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완벽히 잡으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엄마를 가운데 둔 부녀의 피 튀기는 삼각 패밀리 멜로라는 독특한 소재가 돋보였던 ‘가족X멜로’는 매회 뻔한 전개를 탈피하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선보였다.
애연을 되찾겠다는 무진과 빼앗기지 않겠다는 미래의 ‘대환장 변들의 전쟁’은 밝고 경쾌한 코믹 한 스푼을 더했고, ‘무진 미스터리’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을 무한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게 했다.
그의 반전 하이힐 과거와 사기꾼 추적 무진기행은 차곡차곡 쌓인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서프라이즈’였다. 알콩달콩 통통 튀는 영상은 보는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재미를 배가했다.
그 과정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감동과 공감의 감정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빠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그만큼 미워하느라 힘들었던 미래는 마침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덜 힘든 인생을 살게 됐다.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고군분투했던 무진의 진심을 이해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가족이기 때문에 무진이 절대 사기꾼이 아니라고 무조건적으로 믿어줬던 이들 부녀의 멜로는 더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서로만을 위해 살았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할 것 같았지만, 서로에게서 독립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각자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 애연과 미래의 멜로 역시 건강한 모녀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태평과 치열을 통해 이복 형제든 부자 관계든 핏줄의 정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 역시 되새길 수 있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내려놓은 배우들은 지난 6주간 열렬히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으며 진짜 가족의 멜로 케미를 완성시켜 더 큰 감흥을 일으켰다. 중후한 신사였던 지진희는 순정 마초, 팔불출 아빠에 하이힐 런웨이까지 감행하며 화수분 같은 매력을 쏟아냈다.
강인한 엄마로 돌아온 김지수는 전남편의 애정 공세에 흔들리는 듯 아닌 듯한 중년 멜로의 섬세함까지 잡으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었다. 우아한 그녀가 아니어도 좋았던 김지수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화려한 옷을 벗어 던지고 생활 밀착 성장형 캐릭터를 만난 손나은은 제 옷을 입은 듯 리얼한 연기를 뽐내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민호는 담백한 연기 변신으로, 선 넘지 않아도 설렘을 유발하는 신공을 발휘했다. 인간 비타민으로 활약했던 윤산하는 막내에게 숨겨진 설움과 아픔을 토해내며 후반부를 책임졌다.
이처럼 작가, 감독, 배우가 혼연일체로 완성한 ‘가족X멜로’는 세상이 정의하는 정형적인 의미대로 지지고 볶고 같이 살거나 호적 상에 명시된 것만이 가족은 아니라는 점을 반추하게 했다.
무진의 가족은 따로 또 같이 살아도, 서로가 힘들고 필요할 때 곁을 지켰고, 서로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했다.
태평과 치열은 형제의 난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이복 형제지만 아빠와 아들로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어쩌면 가족은 그 어떤 관계보다 더 끊임없이 노력하고 더 치열하게 사랑해야 하는 진짜 ‘멜로’일지도 몰랐다. 지난 6주간의 가족의 멜로 기행은 끝났지만,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