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영수
[동국일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았던 배우 오영수(78)가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미국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 인생 정점에 섰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배우 생활의 획을 긋는 마지막 영화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때 그는 59세였다. 그런데 19년이 흐른 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당시엔 생각해볼 수 없던 상까지 받으며 글로벌 스타로서 배우 생활 전성기를 열게 됐다.

오영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내 생애 처음으로 내게 '난 괜찮은 놈'이라고 말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공교롭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 오영수를 '오일남'으로 점찍었다. 오영수의 말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정말로 배우 생활의 획을 긋게 해준 것이다.

1944년생인 오영수는 제대 후 1967년에 극단에 있던 친구의 제안을 받고 연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극단 '광장'에서 55년에 걸친 연기 인생이 출발했다. 당시 그의 24살이었다.

그는 이듬해 '낮 공원 산책'으로 데뷔했고, 이후 극단 '성좌'가 선보인 '로물루 대제'에서 조연을 한 뒤, 1971년 극단 '여인'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우리에겐 영화로 잘 알려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스탠리'를 연기했다. 그의 첫 주연작이었다.

이후 그는 20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극인의 삶을 살았다. 그는 "처음부터 연극이 재밌었던 건 아니다. 하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그렇게 흘러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사이 오영수는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1979년엔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엔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엔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1994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엔 연극을 하느라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연극에 미쳐서 살았다.

그렇다고 그가 연극만 한 건 아니었다. 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연극에서와 달리 영화·드라마 판에선 단역과 조연에 머무르며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드마라로는 1981년에 '제1공화국', 1984년엔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1988년엔 '전원일기', 2006년엔 '연개소문' 등에 나왔고, 영화에선 1986년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1987년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 1998년엔 '퇴마록'에도 출연했다.

오영수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앞서 그가 언급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이었다. 이후 2009년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선덕여왕'에서 월천대사 역을 맡아 유명해졌다.

실제 스님을 데려온 것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로 주목받았고, 이것이 계기가 돼 스님 역할로 광고를 몇 편 찍기도 했다.

하지만 오영수는 이후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가면서 대중에게서 잊혀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오징어 게임'으로 연기 인생 54년 만에 이른바 글로벌 스타가 돼 이제 '오징어 게임'의 '깐부'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가 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황 감독이 미국으로 가서 각종 시상식에 참석할 때, 이 노배우는 다시 조용히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오영수는 지난 7일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배우 오영수(78)의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에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먼저,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정재는 인스타그램에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린 뒤 "일남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과 함께 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깐부로부터"라고 했다. 

 

이 작품에서 오영수는 1번 참가자 '오일남'을, 이정재는 456번 참가자 '성기훈'을 연기했다. 이정재는 TV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오징어 게임'에 특별 출연 형식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병헌도 오영수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오영수와 황동혁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올린 뒤 "This is the Frontman speaking, 'Bravo!'"라고 썼다. '오징어 게임'의 대사를 활용해 위트 있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오영수는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시상식에서 TV 남우조연상 부문에서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래스, '석세션'의 키어런 컬킨,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을 제치고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영화와 TV쇼를 함께 다루는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국적의 배우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국계 미국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국 국적 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영수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 넘어 세계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 오영수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도 축하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는 오 씨의 소감은 각자의 길에서 묵묵히 삶을 일궈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했다.

또한, "오영수 배우의 수상 소식은 지치고 힘든 삶의 고비마다 '아름다운 삶'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며 "전 세계에 K-드라마와 우리 문화의 매력을 전파한 '오징어게임'과 오영수 배우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영수는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넷플릭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내게 '난 괜찮은 놈'이라고 말해줬다"는 소감을 전했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 국민께 기쁜 소식을 전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끝으로,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남우주연상 수상을 놓친 이정재 배우님께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모두를 매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황동혁 감독님과 스태프 여러분께도 찬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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